바다낚시 홀릭 : 릴 찌낚시의 세계로 빠져보자

바다낚시 홀릭 : 릴 찌낚시의 세계로 빠져보자

모든 것은 호기심으로부터 출발했다. “저 넓은 바다에 미끼를 던지면, 뭐가 물까?”, “과연 내가 큰 고기를 잡을 수 있을까?”, “잡으면 그것으로 뭐 할까?” 등의 생각. 처음에는 낚시 방송을 보며 대리 만족했고, 그렇게 시작한 낚시가 인생의 동반자가 되면서 삶은 조금씩 변화되었다. 지금으로부터 8년 전, 남과 똑같은 월급쟁이로 다람쥐 쳇바퀴 도는 삶을 살다가 회사를 박차고 나와 낚시와 수산물 이야기로 블로그를 운영하고 칼럼을 쓰기 사작할 즈음의 이야기다. 지금은 낚시와 관련한 다양한 활동으로 부딪히는 경험에 끊임없는 의문을 가졌고, 그 의문은 수산물과 먹거리로 번지면서 남들이 쓰지 않는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다. 무엇보다 내게 값진 일이었던 것은 바다낚시 전도사로서 보람을 느끼는 일이었다.

가령, 낚시를 하고 싶은데 어디서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먹먹한 초보자들에게 길라잡이가 되고 싶어 글을 썼는데 그 글에서 내가 원하는 피드백을 얻을 때이다. “덕분에 도움 되었어요.”, “글대로 했더니 정말 도다리가 잡혔습니다.” 등의 반응은 내가 계속해서 글을 쓰게 하는 원동력이 되어주었다. 지금이야 원정낚시를 다니면서 바다낚시 꿈의 어종인 감성돔과 벵에돔을 잡으러 다니지만, 바다낚시를 즐기는데 있어 기틀을 다진 것은 누구나 가볍게 즐길 수 있는 방파제 생활 낚시였다. 밑바닥부터 갖은 시행착오를 거친 덕에 누구보다도 초보의 마음을 이해하고 있다. 그러면서 내가 겪었던 불필요한 시행착오는 남들이 겪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글을 쓰고 있다. 앞으로 기회가 닿는 대로 바다낚시의 기본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싶다. 우선 이번 호에서는 포인트의 중요성과 거스를 수 없는 찌낚시의 매력에 잠시 빠져보고자 한다.

낚시에서 포인트의 중요성

바다의 단면.
바다낚시에서 ‘포인트’는 매우 중요하지만, 그것을 실감하지 못한 초심자나 낚시를 잘 모르는 이들은 이런 질문을 하기도 한다. “실제로 포인트란 게 존재합니까?” 처음 이 말을 듣고 나는 어떤 의도로 물은 질문인지를 잠시 동안 고민해야 했다. 재차 물으니 질문의 의도는 이랬다. 바다는 넓고 물속에 고기는 많을 텐데 과연 특정 지역에만 고기가 몰려있겠느냐는 것이다. 그래서 답했다.

“우리 인간 사회도 그러하지 않습니까?”

사람이든 동물이든 세상에 존재하는 생물은 저마다 선호하는 서식지가 있고, 대개 그곳에 몰려 살아가기 마련이다. 사슴과 토끼는 풀을 뜯어먹어야 하니 우거진 수풀과 나무를 은신처로 삼고, 인간은 생활권이 편리한 대도시에 인구가 집중된다. 특히, 마트와 백화점에 밀도가 높고 밤이면 유흥가에 몰리니 그곳이 ‘인간의 포인트’라면 포인트일 것이다. 서민의 고충을 알 리 없는 고위 지도층과 소위 금수저라 불리는 그들의 자녀는 일반 서민의 생활권에는 닿지 않는 전혀 다른 세상에 살고 있다.
아름답고 평화로운 바다와 함께 즐기는 바다낚시의 매력.
평소 이용하는 마켓과 백화점 코너, 그리고 클럽과 미용실에 이르기까지 같은 하늘 아래지만, 자주 출몰하는 동선은 서민의 그것과 완전히 분리되어 있지 않은가? 물고기 세상도 이와 비슷하다. 같은 바다라도 그 아래 수심과 지형, 먹잇감 분포에 따라 어종마다 서식지는 갈리게 된다. 그러한 특성을 잘 알면, 앞으로 바다낚시를 즐기는 데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물고기는 어종마다 습성이 다르고 선호하는 먹잇감이 달라짐에 따라 서식지의 특성이 어느 정도 정해져 있다. 결국에는 사람이든 물고기든 ‘먹고 살아야 하는 문제’를 떠 안고 있다 보니 그 종착지는 ‘먹잇감’이 풍부한 곳으로 귀결되는 것이다. 바다에서 먹잇감은 물고기들에게 매우 중요한 장소를 제공해 준다. 김, 다시마, 파래 등 인간이 주로 먹던 해초는 원래 물고기의 밥이었다. 홍합, 따개비, 전복도 지금 시대에서 인간의 미식 재료이기 전에 물고기 밥이었다. 이런 물고기 밥은 모래 같은 황무지에서 살지 못한다. 대부분 갯바위나 암초에 붙어 산다.
낚시 시작 전, 포인트에 도착하면 가슴부터 설렌다.
그래서 그 주변에는 크고 작은 다양한 해양 생물이 꼬이게 된다. 플랑크톤을 먹으러 들어오는 작은 게나 새우, 그것을 먹으러 들어오는 작은 물고기들, 또 그것을 먹으러 들어오는 중간 크기의 물고기, 심지어 최종 포식자인 다랑어나 고래, 상어에 이르기까지 일단 먹이사슬이 건강하게 형성된 지역에는 늘 ‘갯바위’가 있다. 화강암 혹은 현무암으로 이뤄진 지질이 바다 저 아래에 잠겨 있으면 수중 암초(여), 물때의 고저차에 의해 수면 밖으로 드러났다가 잠기기를 반복하면 간출여, 아예 수면 밖으로 나와 있으면 갯바위라 부르며 규모에 따라 암초나 섬, 혹은 대륙으로 분류된다.

어쨌든 먹이사슬의 시초와 끝에는 늘 ‘갯바위’가 있다. 사람도 사막에는 살지 않듯이 물고기도 황무지 같은 모래 바닥에는 잘 살지 않는다. 물론, 사막에는 소수 유목민족이 살 듯 물속 모래에도 망둥어나 모래무지 따위가 서식하지만, 일반적인 경우로는 해양 생물의 80% 이상이 갯바위와 대륙붕 주변에 서식하게 된다. 만약, 바다낚시 입문자라면 나는 망둥어나 보리멸 원투 낚시를 권하고 싶다. 바닥 지형이 모래라 밑걸림(바늘이 바닥에 걸려 꼼짝도 못하는 경우)에 시달려 고생할 확률이 낮고, 물고기도 그리 어렵지 않게 낚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해넘이를 향한 힘찬 캐스팅.
하지만 손맛을 향한 꾼의 갈망은 끝이 없어 손맛을 즐기다 보면, 결국에는 크고 ‘돔’자가 붙은 대상어를 찾아 나설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포구나 작은 선창가를 떠나 방파제와 갯바위를 찾을 수밖에 없다.

릴 찌낚시는 보이지 않은 물속을 상대로 하는 두뇌 게임

원투(던질) 낚시 입체도.

릴 찌낚시의 입체도.
지금 우리 바다에서 성행하는 낚시 장르는 크게 세 가지 정도로 요약할 수 있다.

– 무거운 쇠추로 멀리 던지거나 내려서 낚는 원투(던질) 낚시
– 찌를 흘리며 어신을 받아내는 릴 찌낚시
– 인조 미끼로 물고기를 현혹하는 루어낚시

방파제, 갯바위, 선상 등 낚시 장소에서 차이가 날 수 있지만, 이 세 가지가 바다낚시를 대표하는 장르다. 이 중에서 원투 낚시는 진입장벽이 높지 않아 입문자가 발붙이기에 손쉬운 장르다. 갯지렁이를 달아 적당한 곳에 던져 넣기만 하면 그 다음부터는 물고기가 물어줄 때까지 기다리면 되므로 중간에 별다른 조작이나 기술을 구사하지 않아도 된다. 던지는 연습만 되어 있다면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다. 하지만 원투(던질) 낚시로는 낚는 어종에 한계가 있다.
릴 찌낚시의 꿈의 대상어인 감성돔.

가볍게 즐기는 방파제 낚시.
위 사진을 보면 미끼(갯지렁이)가 여기저기 움직이며 물고기를 현혹하는 것이 아닌 바닥에 딱 붙어 있으므로 바닥에 사는 어종(망둥어, 우럭, 노래미, 붕장어 등)만 낚는다는 한계가 있다. x, y, z 축이라는 공간 개념으로 본다면, 미끼가 움직이지 않고 한 점에만 붙어 있으니 ‘1차원 낚시’인 셈 이다. 원투 낚시는 물고기가 미끼를 발견해줄 때까지는 ‘미끼를 자주 갈아주는 일’ 외에는 딱히 할 일이 없다.

반면에 릴 찌낚시는 x, y, z 축을 모두 이용한 ‘3차원 낚시’다. 흘러가는 조류에 채비를 태워 앞뒤로 흘려 보낼 수 있으며, 좌우로도 이동할 수 있다. 여기에 내가 준 수심 만큼 미끼를 내리거나 올릴 수도 있고 먼 바다로 흘러나가는 조류에 찌를 태우면 60m, 혹은 100m 이상을 흘려 보내면서 그곳에 있는 고기를 잡아낼 수도 있다. 이쯤 되면 한 가지 의문이 들 수 있다. “찌를 조류에 태워서 흘러 보내는 것이라면, 전적으로 조류에 의존해야 하는 낚시가 아니겠느냐?”고 말이다. 실제로 맞는 말이다. 그래서 릴 찌낚시를 즐기는 꾼들은 포인트에 도착하자마자 조류가 어느 방향으로 가는지 얼만 한 속도로 흘러가는지를 매우 중요시 여긴다. 조류 여부에 따라 내 미끼가 물고기 서식지까지 운반되느냐 그렇지 않느냐가 달렸기 때문이다.
커다란 광어를 잡을 수도 있다.

씨알 굵은 벵에돔을 낚아 올린 필자의 아내.
비록, 릴 찌낚시가 바닷속 모든 물고기를 낚아내기에 만능은 아니지만, 다른 장르보다는 훨씬 다양한 어종에 월등히 강한 손맛을 즐길 수 있음에는 그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이러한 릴 찌낚시는 위 그림에서 보듯이 x, y, z 축을 모두 활용해야 하므로 공간 감각이 뛰어난 사람에게 유리하다. 문제는 그 공간이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일반적인 탁도라면 2~3m만 수심이 깊어져도 그 아래에 뭐가 있는지 우리로서 알 길이 없다.

다만, ‘찌 위치로 내 미끼가 어디쯤 흘러가고 있구나’를 유추할 뿐이다. 그래서 릴 찌낚시는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상상력을 동원해야 한다. 사람이 생각이 많아지면 우리 두뇌의 전두엽을 많이 사용한다고 한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필자도 전두엽을 열심히 굴리는 중이다. 반면, 스마트폰 게임에 매달리는 요즘 시대의 어린 아이들은 전두엽을 잘 사용하지 않는다. 게임이나 동영상이 전두엽 사용을 막는 것이다.
가끔 갈매기가 미끼를 물어 황당할 때도 있다.
바다낚시 특히, 릴 찌낚시는 눈에 보이지 않은 공간을 머릿속으로 상상하며 즐기는 게임이다. 전두엽을 많이 사용하는 사람에게 유리한 낚시인 거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잡고자 하는 물고기(대상어) 습성을 파악해 둔다면, 지금 이 시각, 이 물때, 이런 지형에서 과연 어디에 숨어있는지를 예상하고 그쪽으로 찌를 흘려 보내는 게임인 것. 이렇듯 미리 계산된 수로 한 마리 덜컥 낚았을 때 찌릿찌릿한 손맛과 성취감은 낚아본 자만이 아는 찌낚시의 매력이다. 여기에 일반 소비자가 접하기 어려운 자연산 생선회는 덤이다.

한 마리를 잡아도 다양한 즐거움이 공존하는 릴 찌낚시

낚시하다보면 다랑어가 물고늘어지는 짜릿한 손맛의 추억.
내가 바다낚시 중에서도 릴 찌낚시를 즐기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제 긴 겨울이 끝나고 바다낚시의 계절이 오고 있다. 손바닥만 한 우럭부터 커다란 벵에돔을 낚기까지, 뭐가 낚일지 모를 바다의 의외성과 짜릿한 손맛을 고대하며 낚싯대를 챙겨 바다로 나가보는 것은 어떨까?

답글 남기기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